뉴타운 광풍, 작은 지역교회 삼키나?

지유석 기자 | 기사입력 2015/01/22 [23:06]

뉴타운 광풍, 작은 지역교회 삼키나?

지유석 기자 | 입력 : 2015/01/22 [23:06]

▲     © 류재복

        뉴타운 광풍, 작은 지역교회 삼키나?
                        기장 삼일교회, 은평구 일대 재개발로 철거 위기

[지유석 기자]
‘뉴타운 열풍’이 작은 지역교회를 힘들게 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황용대 목사) 소속 삼일교회(담임목사 하태영)는 은평구 일대 재개발로 인해 철거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교회는 현재 50여 명의 성도가 출석하는 소규모 교회로 지난 1977년 국민주택을 매입해 첫 발을 디뎠다. 현재 이 교회는 지난 2007년 대지 85평, 건물 85평의 2층 건물로 성전을 신축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관할구청인 은평구청은 개발지구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교회 측은 가설 건축물로 등록하기로 했다. 이때 구청은 “재개발이 시행되면 건물을 자진철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쓸 것을 강요했다.  
 
현재 가설 건축물 유효기간은 지난 1월7일(수)자로 만료된 상태다. 교회 측은 재사용을 신청했다. 그러나 관할구청은 이를 불허했다. 하태영 목사는 가설 건축물 등록과정에서 쓴 각서로 인해 더욱 곤란한 처지다.   그러나 하 목사는 현 성전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단지 ‘돈’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하 목사는 “성도들이 오랫동안 정성을 모아 지은 건물인데, 이 건물을 철거한다? 정서상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삼일교회 인근엔 조합원 이주 안내 현수막과 함께 새로 들어설 뉴타운 아파트 단지 분양 광고가 빼곡히 널려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하 목사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웃에게 눈을 돌려 철거민의 목소리를 중재하는 중재자 역을 자처하고 나섰다. 우선, 하 목사는 삼일교회 건물 옥상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게 내줬다. 비대위는 이곳에 컨테이너를 들여 놓고 사무실로 사용했다. 지난 13일(화) 철거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시민단체인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이 현판식을 갖고 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이로 인해 교회 외벽엔 ‘단결,’ ‘투쟁’ 등의 격문이 적힌 붉은색 현수막이 감겨져 있다. 십자가만 아니면 얼핏 불온한(?) 단체의 근거지로 오해되기 쉬웠다. 그러나 하 목사는 이런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철거민들의 억울함을 달래주기 위해 중재자로서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재개발 조합은 이런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겼는지 바로 교회 앞에 “불법건축물 승인해준 은평구청이 즉각 철거시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다분히 전철연 사무실로 사용 중인 컨테이너를 정조준한 문구였다.   
 
지금 이 자리에 남아 있고 싶어 

▲지난 13일 재개발지구 녹번동 삼일교회 옥상에 위치한 컨테이너에는 철거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시민단체인 ‘전국철거민연합’이 현판식을 갖고, 들어왔다. ⓒ사진=지유석 기자 

삼일교회 인근엔 조합원 이주 안내 현수막과 함께 새로 들어설 뉴타운 아파트 단지 분양 광고가 빼곡히 널려 있다. 하 목사는 이런 광경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 목사는 “생활터전을 마구 빼앗는 재개발은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계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 목사는 “이 일을 겪어보니 기관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 즉, 기관장이 개발 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다”라면서 “은평구 재개발은 전임 구청장 때 확정된 사안이다. 현 구청장은 전임자의 정책결정을 바꾸려 하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관할구청인 은평구청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량이 많아 상담원 통화가 어렵다”는 ARS만 반복해서 들렸다.   
 

▲기장 삼일교회 하태영 목사가 교회 성도들이 땀과 기도로 이룬 교회 주변을 둘러보다 교회 현판을 보고 있다. 그는 "지금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간절한 기도제목"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이 와중에 교단이 삼일교회의 곤란에 관심을 가져준 점은 큰 위안이다. 하 목사는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교단에서 관심 가져 주고, 여러모로 협력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1987년 이 교회에 부임한 하 목사는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있다. 정년을 앞두고 교회가 철거 운명에 처했기에 하 목사의 심경은 여러모로 복잡하다. 하 목사의 바람이자 간절한 기도제목은 단 한 가지, 교회가 현재 자리한 터전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하 목사는 “교회 상황이 불안정하니 신도 20명가량이 떠났다”면서 “우리 교회는 성도들의 땀과 기도로 이룬 교회다. 교회 기물 하나하나에 성도들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 지금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간절한 기도제목이다”는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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