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칼럼]장애우와 더불어 함께 살기(2)

이상호 대전노회 공주세광교회 목사 | 기사입력 2014/04/04 [04:40]

[목회자 칼럼]장애우와 더불어 함께 살기(2)

이상호 대전노회 공주세광교회 목사 | 입력 : 2014/04/04 [04:40]
우리 교회가 장애우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제 오래 되었다. 지난 1989년 소망회 식구들을 만나면서 장애인에 대한 눈을 떴다. 그리고 이 시대에 가장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이 장애우라는 인식을 하면서 주님의 명령으로 알고 장애인선교에 임했다. 
 
물론 지나 온 역사에서 기록될 만한 일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재가장애인선교를 위한 사랑이있는모임 활동, 사랑이있는집 건축으로 작은 공동체 운영, 지금은 명숙씨와 함께 살기와 주일날 장애우들이 와서 예배드리기에 편리한 계단없는 교회당 건축 등 미약하지만 더불어 함께 해 오고 있다.

문제는 한 명의 장애우지만 여럿보다, 아니 한 명이기에 더욱 어려운 점도 경험한다. 명숙씨는 혼자 생활이 불가능한 지적장애 2급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식사문제이다. 흔히 말하는 삼식이다. 하루 세 때를 챙겨주어야만 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아내의 몫이 크다. 그래도 식구라 생각하니 큰 어려움 없이 지내왔다. 한 두끼 정도는 전기밥솥에 밥이 있고, 김치냉장고에 김치가 있기에 한 두가지 반찬만 준비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지난 3월에는 가까운 가족들의 결혼이 많았다. 동생의 아들, 누님의 딸 등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결혼식이다. 점심을 챙겨주고 서울에 다녀왔는데 마침 비가 오는 가운데 성도들이 청소하러 왔는데 명숙씨가 비를 맞으며 밖에 있었나보다. 게다가 왜 비맞고 있느냐니까 문이 잠겨서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나보다.

언젠가 자동잠금장치를 하고나서 그런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반드시 자기 방에서라도 출입이 가능하게 장치를 해 놓았다. 살다보면 한 나절, 혹은 낮 동안에 심방을 하거나 모임, 세미나 참석 등으로 집을 비울 때가 있다. 물론 1박 2일 이상 집을 비울 때는 가까운 시설에 도움을 청하여 맡긴다.

가족의 결혼식에 가면 이야기 하다가 저녁을 먹고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거의 집에 돌아오곤 한다. 집에 식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도 서천 서울시공무원연수원에서 대학 동기들이 모였는데 전국에서 찾아 온 동기들을 뒤로한 채 집에 돌아왔다. 이번 주 월요일에도 대전 세미나에 갔다가 만삭이 된 딸의 생일과 화요일 사위의 생일을 맞아 함께 밥이라도 먹고 싶었지만 축하의 표시를 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제직회에서는 장애인을 위해 집을 지어 운영비 등 장애인과 함께 살 수 밖에 없지 않나하는 뉘앙스의 이야기도 나왔었다. 분명히 말하건데 꼭 그래서 장애인과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을 맡긴 가족들도 좋아하거니와 우리도 명숙씨와 함께 살면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이 있다.
 
큰 집에 가족 외에 가족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더욱이 우리 하나님께서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말씀하셨다. 명숙씨는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다. 서연이 현동이도 엄청 좋아한다. 온전히 동심으로 함께 놀아주기 때문이다.
 
지난 설 때 명숙씨가 서울집에 갔다가 왔는데 마침 아이들이 함께 터미널에 나가서 명숙씨를 맞이했다. 마치 이산가족 만난 것처럼 아이들이 얼싸안으면서 좋아한다. 보기에 좋았다. 함께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가족이라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바람이 있다면 명숙씨는 목사가족 만이 아니라 우리 세광가족이다. 하루씩이라도 함께 사는 훈련을 통해 남, 혹은 장애인과 함께 살기가 어떤 것인지 체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은 못해주지만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좋게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각자 사는 집이 천국이기를 바란다.
 
* 다음주에는 장애인과 함께 사는데 좋은 점을 써보려고 합니다.
 
[출처: 한국기도교장로회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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